• 최종편집 2024-05-15(수)
 
기자수첩

 주민과의 대화 허와 실
박상호 사회부차장


 과거 권위주의 발상과 구태의연한 행정에서 비롯된 각 읍면동별 일명 시장군수 초도순시는 과거의 유물로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점에서 어느 순간부터 슬그머니 사라지는가 싶더니 결국 초도순시라는 단어대신 군정보고회 또는 시민과의 대화라는 미명 아래 지방자치 단체 별로 유행병처럼 년례행사로 이뤄지고 있는것이 현실의 민선 시장 군수 체재에서의 실상이다.

임진년 새해를 맞아 김춘석 여주군수는 ‘여주시 승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삶의 질 향상’과 선진농업 육성, 역동적인 지역개발사업 등 군 시책을 주민들의 공감 속에서 힘차게 추진하기 위해  지역 읍,면사무소를 방문해  주민과의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천시는 과거부터 있어왔던 순방이 시장 중심으로 전개돼 권위적이다 하여“소통과 섬김” 다가가는 행정 이라는 주제로 주민들이 편하게 발언하고 시장과 관련 공무원들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하여 시민들의 호응을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평소 생활하면서 지역에 민원이 있다 하더라도 시장 군수를 직접 만나기 어렵고, 요행히 만났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제대로 의견을 전달하기 어려웠던 주민들은 ‘주민과의 대화’야말로 막혔던 언로를 뚫어주는 ‘소원의 창구’로 여겼을 것이다.

주민의 곁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서 주민의 의견을 새겨듣겠다는 여주이천의 시장과 군수,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맞대면하고 대화를 하는 기회가 오겠느냐는 주민들의 열정으로 인해 행사 장소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런데 과연 진정으로 주민들은 원하는 것을 말하고, 군수나 시장 관련 공무원들은 그것을 들어주고 있는 것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글쎄’다. 이는 대화 현장을 취재한 기자나 참관한 주민, 심지어는 현장에서 만나는 공무원들조차도 비슷한 반응일 것이다.  주민과의 대화에 나선  이천 여주 시장과 군수는 주민들에게 지난해  펼쳐온 각종 사업들과 앞으로  펼쳐 나갈 역점사업들에 대해 설명 하고 주민의견을 청취를 하고 답변하는 방식이다.

그나마 지역에서 의견을 내는 주민은 해마다 ‘동장,이장, 노인회장,부녀회장’으로 정해져 있고 일반 주민은 찿아보기 힘들다, 그들이 내놓는 의견(요구) 또한 ‘뭐뭐 해달라’는 지역적 일색이고 자기 중심적이며 해마다 같은 의견도 있다. 그렇다 보니 곤란한 답변, 불가능한 민원은 제외되고 관련 공무원의 실적과 관련된 질문만 선택돼 표면화 되고 그래서 질문의 질과 양이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본청에서 고유업무에 매진하고 있어야 할 고위직 간부공무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반나절을 매달리다 보니 행정공백을 초래하는 것이 과연 주민을 위한 행정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매일 열리는 ‘주민과의 대화’ 행사장은 예비후보자 및 수행원 등이 주민보다 미리 도착해 명함을 돌리며 후보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어 어수선 하기 그지없다. 평소에 보지 못하던 인물이 대거 몰리자 주민들은 행사장에 제대로 찾아왔는지 재차 확인하고 입장하는 진풍경도  빚어지고 있고 일부 후보는 행사장 내부까지 들어와 명함을 돌린다.게다가 주민 일부는 누가 공천을 받을 것인가를 놓고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해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과 지역 현안을 논의한다는 행사 취지가 희석되고 있어 “주민과의 대화”가 선거를 위한 자리인지 시정 의견을 수렴 경청하는 자리인지 의문이 든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주민과의 대화 허와 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